AI 시대에는 어떤 리더가 필요할까요.
기술을 잘 이해하는 리더, 누구보다 먼저 AI를 사용하는 리더, 과감하게 투자하고 조직을 빠르게 바꾸는 리더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 며칠간 나온 AI·HR 뉴스를 나란히 놓으면 조금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AI 전환을 이끌 준비가 된 리더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관리자가 AI 활용을 지원하는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체감하는 변화가 크게 달라집니다. 기업은 AI 투자를 늘리면서 동시에 조직을 줄이고, 같은 산업의 기업들도 서로 다른 채용 전략을 선택합니다. AI가 인사결정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최종 결정은 사람이 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 기술이 들어온 조직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리더십은 답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보다, 서로 충돌하는 요구를 어떻게 해석하고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으로 끝맺느냐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3%의 준비와 8.7배의 차이
ManpowerGroup Talent Solutions와 Everest Group의 조사에서, 자사 리더가 AI 기반 업무 방식을 이끌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고 평가한 조직은 3%에 불과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경영진·CHRO·인재 확보 책임자 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므로 이 숫자를 모든 조직의 현실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AI 도입 속도와 리더십 준비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신호로 읽기에는 충분합니다.
조직은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사람은 아직 그 변화에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조사 대상 조직의 78%는 구성원이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두려워한다고 답했고, 63%는 AI 도구를 도입한 뒤 구성원의 저항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Gallup의 조사에서는 또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AI에 투자한 미국 조직에서 관리자가 팀의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느끼는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AI가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었다”고 강하게 동의할 가능성이 8.7배 높았습니다.
이 수치가 관리자의 지원으로 기업 성과가 8.7배 높아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조사도 서로 다른 시점과 표본을 사용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묶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3%와 8.7배를 나란히 놓으면 중요한 긴장이 드러납니다.
AI 전환을 이끌 준비가 된 리더는 매우 적지만, 관리자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구성원이 경험하는 변화는 크게 달라집니다.
AI 전환의 병목이 기술 자체에만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도구가 도입되면 구성원은 곧바로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업무에 AI를 사용해도 되는지, 결과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오류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지, 자신의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묻습니다.
이 질문은 최고경영자의 선언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조직의 AI 전략을 실제 업무의 언어로 바꾸고, 구성원이 어디까지 시도해도 되는지를 정해주는 사람은 현장의 관리자입니다.
그런데 Gallup에 따르면 전 세계 관리자의 몰입도는 2022년 31%에서 2025년 22%로 떨어졌습니다.
조직은 관리자에게 기존 성과를 유지하면서 AI 전환까지 이끌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관리자 자신이 그 역할을 수행할 준비와 여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AI 시대에 중간관리자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타나는 신호는 조금 다릅니다.
보고를 취합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관리 업무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면 기술의 가능성을 현장의 일로 번역하고, 사람과 AI의 역할을 조정하는 리더십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투자를 늘리면서 조직을 줄입니다
아마존은 범용인공지능 조직의 일부 직무를 없애면서, 동시에 올해 설비투자를 2,0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AI 투자를 늘렸다”와 “AI 조직을 줄였다”는 서로 다른 뉴스가 아닙니다. 같은 결정 안에 나란히 들어 있는 두 문장입니다.
기존의 변화관리 논리로는 투자가 늘면 조직과 인력도 함께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AI 전환기에는 성장과 축소, 투자와 재편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기술에는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서도 기존 조직과 직무는 줄이거나 다시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때 구성원이 듣는 메시지는 복잡해집니다.
회사는 AI가 미래라고 말하면서 AI 관련 직무를 없앱니다.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효율화를 이야기합니다. 겉으로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두 문장 중 하나를 감추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줄이는지, 투자의 방향과 조직 재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투자와 감원이 하나의 전략 안에서 연결되지 않으면, 구성원은 이를 전환이 아니라 모순으로 받아들입니다.
AI 시대의 리더에게 일관성이란 모든 선택이 같은 방향을 향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반대처럼 보이는 선택들이 왜 동시에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같은 AI가 같은 인사 전략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국내 기업의 움직임도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지 않습니다.
네이버의 신규채용은 396명으로 전년보다 53.5% 늘었습니다. 반면 카카오의 신규채용은 292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고, 이직자 수는 네이버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두 기업 모두 AI에 투자하고 있지만 인사 전략은 다릅니다.
이 숫자만으로 어느 기업의 전략이 옳은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AI라는 같은 기술 변화가 하나의 인사 전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채용을 줄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AI에 투자한다고 해서 모든 기술 인력을 늘려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업의 방향, 기존 인력 구성, 필요한 역량과 업무 구조에 따라 기업의 선택은 달라집니다.
기술은 가능성을 열지만, 무엇을 키우고 무엇을 줄일지를 대신 결정해주지는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리더십의 역할이 선명해집니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조직은 앞으로 어떤 일을 더 잘해야 하는지, 그 일을 수행하려면 어떤 사람과 역량이 필요한지, 기존 인력은 어디로 이동하고 무엇을 새롭게 배워야 하는지를 정해야 합니다.
AI는 공통의 변화이지만, 대응은 조직마다 달라야 합니다.
따라서 다른 기업의 채용이나 감원 규모를 따라가는 것은 전략이 아닙니다. 우리 조직이 키우려는 일과 줄이려는 일을 분명히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뛰어난 리더보다 판단할 구조가 필요해집니다
IBK기업은행은 기존 디지털그룹을 AX전략그룹으로 재편하고, AI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총괄하는 AX 컨트롤타워를 신설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조직 개편 뉴스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AI 전환의 단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가 들어 있습니다.
초기의 AI 전환은 기술에 관심이 많은 리더나 일부 부서의 실험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먼저 발견하고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드는 개인의 선도성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AI가 실제 업무와 고객, 인사와 위험관리 전반으로 들어가면 개인의 열정만으로는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기술 부서는 속도를 원하고, 현업은 효과를 확인하려 합니다. HR은 일과 역량의 변화를 봐야 하고, 법무·감사·위험관리 조직은 오류와 책임의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각 조직이 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부서의 판단만으로 전사적 전환을 이끌기 어렵습니다.
AX 컨트롤타워의 등장은 AI 전환이 ‘누가 더 앞서 있는가’의 경쟁에서 ‘누가 무엇을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리더십의 무게중심도 개인의 역량에서 조직의 구조로 옮겨갑니다.
뛰어난 리더 한 사람이 모든 답을 내는 방식으로는 AI 전환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부서가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참여하되, 어디에서 최종 방향을 정하고 누가 그 결과를 책임질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AI 전환이 본격화될수록 리더 개인의 통찰력보다 조직이 함께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더 중요해집니다.
“사람이 결정했습니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Meta의 전직 직원들은 회사가 사용한 AI 도구가 장애인이나 가족·의료휴가 사용자를 감원 대상으로 선별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Meta는 AI가 최종 해고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며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도 현재까지는 AI가 차별적인 감원 결정을 내렸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은 앞으로 더 확인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조직과 리더에게 던지는 질문은 소송의 승패보다 넓습니다.
AI가 인사결정에 관여했다면 “최종 결정은 사람이 내렸다”는 말만으로 충분할까요.
중요한 것은 마지막 버튼을 누른 주체가 사람인지 AI인지에만 있지 않습니다. AI가 어떤 정보를 분석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분류했는지, 사람이 그 결과를 어떻게 검토했는지, 오류나 편향을 발견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가 함께 설명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AI의 제안을 별다른 검토 없이 받아들였다면 형식적으로는 사람이 결정했더라도 실질적인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리더의 설명 책임을 면제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무겁게 만듭니다.
특히 채용·평가·승진·배치·감원처럼 한 사람의 경력과 생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는 결정의 결과뿐 아니라 그 결정에 이른 과정도 조직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은 끝난 결정처럼 보여도 쉽게 다시 열립니다.
기준이 불분명하면 구성원은 공정성을 의심합니다. 검토 과정이 남아 있지 않으면 조직은 책임의 주체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AI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알 수 없으면 결정은 소송과 갈등, 반복적인 재검토의 대상이 됩니다.
AI가 더 많은 결정을 지원할수록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결정권을 행사하는 힘만이 아닙니다. 조직이 그 결정을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입니다.
정답을 내는 사람에서, 판단을 끝내는 사람으로
다섯 장면은 서로 다른 사실을 보여줍니다.
AI 전환을 이끌 준비가 된 리더는 부족하지만, 관리자의 지원은 구성원이 경험하는 변화를 크게 좌우합니다.
기업은 AI 투자를 늘리면서 조직을 줄이고, 같은 기술 변화 앞에서도 서로 다른 인력 전략을 선택합니다. AI 전환은 개인 리더의 선도성에서 전사적인 거버넌스로 이동하고 있으며, AI가 인사결정에 관여할수록 설명 책임은 더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이 뉴스들이 하나의 결론을 직접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함께 놓고 보면 AI 시대 리더십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는 읽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리더는 답을 가진 사람으로 기대받았습니다.
정보를 더 많이 알고, 더 멀리 내다보고, 여러 선택지 가운데 가장 옳은 답을 내놓는 사람이 좋은 리더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AI는 리더보다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더 많은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서로 충돌하는 요구를 한꺼번에 만들어냅니다.
투자해야 하지만 비용도 줄여야 합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지만 위험도 통제해야 합니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야 하지만 기존 인력도 다시 준비시켜야 합니다. 빠르게 실행해야 하지만 결정의 근거는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이 상황에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하나의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리더에게 더 중요해지는 것은 정답을 소유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지금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고, 서로 충돌하는 선택을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며, 조직이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여기서 판단을 끝낸다는 것은 리더가 혼자 결론을 선언하거나 더 이상의 이견을 막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충분히 듣고 검토한 뒤, 지금은 무엇을 근거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구성원이 그 이유를 이해하게 하고, 실행할 사람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달라졌을 때 다시 살펴볼 조건도 남겨두는 것입니다.
결정은 내렸지만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택은 이루어졌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누가 책임질지 분명하지 않으며, 구성원이 계속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면 그 판단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AI 시대의 조직에는 결정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AI가 더 많은 정보와 대안을 만들어낼수록 검토해야 할 선택지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선택지가 많아진다고 조직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어느 시점에서 충분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서로 충돌하는 요구를 연결하고, 방향을 설명하며, 조직이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게 해야 합니다.
정답을 내는 사람에서, 판단을 끝내는 사람으로.
AI 시대 리더십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 ManpowerGroup Talent Solutions·Everest Group, “AI Adoption Is Outpacing Leadership Readiness”, 2026년 7월 22일
- Gallup,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6”
- Gallup, “Manager Support Drives Employee AI Adoption”, 2025년 11월 8일
- 파이낸셜뉴스, 「아마존, AGI 조직 일부 감원…AI 투자 ‘선택과 집중’」, 2026년 7월 23일
- 이투데이, 「네이버는 사람 뽑고 카카오는 떠났다…AI 투자에도 엇갈린 인력 전략」, 2026년 7월 13일
- 헤럴드경제, 「기업은행, 하반기 조직 개편 단행…AX전략그룹·컨트롤타워 신설」, 2026년 7월 15일
- Reuters, “Meta employees’ lawsuit highlights difficulty proving AI-driven firing”, 2026년 7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