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2일 자 파이낸셜타임스에 흥미로운 직업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Workforce Orchestrator.
우리말로 옮기면 ‘인력 오케스트레이터’보다는 ‘일과 수행 주체를 조율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 역할은 기존의 인력 배치나 인원 관리를 뜻하지 않습니다. 사람과 AI 에이전트, 로봇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업무의 흐름을 설계하고, 누가 어떤 일을 맡을지 정하며, 사람에게 남겨야 할 판단과 책임을 조정하는 역할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역할을 ‘다음의 뜨거운 직업’으로 소개합니다. 이제 기업이 고민해야 할 대상이 사람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얼마나 확보할 것인가를 넘어, 사람과 AI와 로봇을 어떻게 하나의 일 안에서 움직이게 할 것인가가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제가 쓰고 있는 책 『일은 누가 하는가』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이 일은 누가 합니까?
얼핏 단순한 질문처럼 보입니다. 지금까지 조직의 답도 대체로 단순했습니다.
“담당자가 합니다.”
채용은 채용담당자가 하고, 분석은 분석가가 하며, 고객 상담은 상담원이 했습니다. 조직도와 직무기술서에는 사람의 역할이 적혀 있었고, HR은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고 육성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직무는 하나지만 일을 하는 주체는 여러 개입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직무와 한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채용담당자라는 직무가 있으면 채용에 필요한 대부분의 일을 그 담당자가 수행했습니다. 사람이 부족하면 사람을 더 뽑았고, 역량이 부족하면 교육했습니다.
이 방식은 오랫동안 합리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직무의 경계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직무명이 그 사람이 실제로 하는 일을 어느 정도 설명했으며, 조직의 대부분의 일을 내부 구성원이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와 자동화, 외부 전문가와 프로젝트형 인력이 일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 전제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하나의 일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수행 주체의 조합으로 완성됩니다.
예를 들어 채용담당자가 수행하던 일 가운데 지원서 정보를 구조화하고 기본 조건을 비교하는 일은 AI가 맡을 수 있습니다. 특수 직군의 시장 정보를 얻는 일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현업의 요구를 해석하고 선발 기준을 조정하는 역량은 조직 내부에 축적해야 합니다. 현재 조직에 없는 핵심 전문성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인재를 채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채용 업무 안에 내부 구성원, 외부 전문가, 신규 인재와 AI가 함께 들어오는 것입니다.
『일은 누가 하는가』에서는 이러한 수행 주체를 네 가지 Workforce Source로 구분합니다.
- Build: 내부 구성원을 육성해 필요한 능력을 확보합니다.
- Borrow: 외부 전문가나 파트너의 전문성을 활용합니다.
- Buy: 필요한 인재를 외부에서 채용합니다.
- Bot: AI, 에이전트와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중요한 것은 네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일을 끝내기 위해 네 가지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Workforce는 더 이상 정규직 인원표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일을 수행하는 다양한 주체의 조합을 뜻합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맡겨도 되는 일은 다릅니다
Workforce Orchestrator가 필요한 이유는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조직이 AI에게 맡겨도 되는 일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지원서를 요약하고 기본 조건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후보자의 순위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력이 조직의 미래 가능성과 연결되는지, 기준에서 벗어난 후보자를 예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지, 그 판단에 따른 위험을 누가 감수할지는 AI의 성능만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하나의 서류심사 업무 안에도 서로 다른 과업이 들어 있습니다.
지원서 정보의 구조화, 조건 비교, 경력 맥락의 해석, 예외 후보 판단, 최종 추천, 선발 결과의 검증과 학습입니다.
이 가운데 정보 구조화와 조건 비교는 AI가 상당 부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력의 맥락을 해석하고, 예외 후보를 판단하며, 최종 추천 결과에 책임지는 일은 사람에게 남아야 합니다.
따라서 조직이 물어야 할 질문은 “이 직무를 AI로 대체할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이 일은 어떤 세부 과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까?
각 과업에는 어떤 능력과 조건이 필요합니까?
사람과 AI와 외부 전문가는 무엇을 나누어 맡아야 합니까?
누가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합니까?
AI 도입의 핵심은 기술의 추가가 아니라 역할과 책임의 재배치입니다.
Skill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HR은 주로 사람의 Skill을 보았습니다.
이 사람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떤 경험을 가졌는지, 어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이 질문들은 앞으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Skill만으로는 일이 실제로 끝나는 조건을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뛰어난 데이터 분석가가 있어도 필요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면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분석 결과를 회의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기준이 없다면 의사결정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누가 결과를 검토하고 받아들이며 최종 책임을 질지 분명하지 않다면 개인의 Skill은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은 누가 하는가』에서는 Skill과 Capability를 구분합니다.
Skill은 사람에게 붙지만 Capability는 일이 요구합니다.
Skill이 “이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Capability는 “이 일이 수행되려면 무엇이 가능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Capability에는 전문지식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필요한 도구와 시스템, 정보에 대한 접근, 부서 간 흐름과 조정, 판단할 수 있는 권한, 결과에 대한 책임, 경험을 학습으로 남기는 조건까지 포함됩니다.
Workforce Orchestrator는 바로 이 Capability를 읽고 수행 주체를 조합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을 찾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실제로 끝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파악하고 사람과 AI와 외부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입니다.
오케스트라는 연주자가 많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
오케스트레이터’라는 표현은 미래 조직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오케스트라는 뛰어난 연주자를 많이 모았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누가 어느 부분을 연주할지, 언제 시작하고 멈출지, 어떤 악기가 중심을 잡고 어떤 악기가 보완할지 조율되어야 합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많이 뽑고 좋은 AI를 도입했다고 해서 일이 자동으로 빨라지지는 않습니다.
AI가 채용공고 초안을 빠르게 작성하더라도 현업의 재확인과 팀장의 검토, 기존 승인 절차가 그대로라면 전체 채용 기간은 크게 줄지 않습니다. AI가 보고서를 작성해도 결과를 누가 검토하고 어떤 기준으로 실행에 넘길지 정해져 있지 않다면 확인과 재작업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Workforce Orchestration은 단순히 업무를 배분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과 AI의 역할 경계를 나누고, 그 사이의 인계와 흐름을 설계하며, 최종 판단과 책임의 위치를 정하는 일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경험과 학습을 남기는 일입니다.
AI가 초급자의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 단기적인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급자가 반복을 통해 패턴을 익히고, 예외를 경험하며, 판단 능력을 키우던 경로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직은 다시 물어야 합니다.
AI가 일을 가져간 뒤 사람은 어디에서 숙련을 쌓습니까?
Workforce Orchestration은 오늘의 효율만 높이는 역할이 아닙니다. 미래의 역량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질지까지 설계하는 역할이어야 합니다.
HR은 Workforce Orchestrator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 역할은 누가 맡아야 할까요.
IT 부서가 맡아야 할까요. 현업 리더가 맡아야 할까요. 경영혁신이나 전략 부서가 담당해야 할까요.
어느 한 부서가 혼자 맡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AI와 시스템의 가능성은 IT가 잘 압니다. 실제 업무의 맥락은 현업이 잘 압니다. 법적·윤리적 위험은 법무와 리스크 조직이 살펴야 합니다. 최종 우선순위와 책임은 경영진이 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과 일, 역량과 경험, 역할과 책임을 함께 다루어 온 기능은 HR입니다.
따라서 HR은 Workforce Orchestrator 역할의 유력한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인력관리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름만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HR의 질문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에서 어떤 일을 끝내야 하는가로,
어떤 Skill을 가진 사람인가에서 그 일이 어떤 Capability를 요구하는가로,
몇 명이 필요한가에서 Build·Borrow·Buy·Bot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로,
누가 수행하는가에서 누가 판단하고 책임지는가로 이동해야 합니다.
미래의 HR은 사람을 관리하는 기능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람과 AI, 외부 전문가와 시스템이 하나의 일을 끝낼 수 있도록 일의 구조를 설계하는 기능으로 이동합니다.
Workforce Orchestrator와 Work & Workforce Architect는 무엇이 다를까요
『일은 누가 하는가』에서는 이러한 HR의 미래 역할을 Work & Workforce Architect라고 부릅니다.
Work & Workforce Architect는 조직이 해야 할 일을 Work와 Task로 구조화하고, 각 Task가 요구하는 Capability를 파악한 뒤, 적절한 Workforce Source와 연결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AI 사이의 인계, 판단 권한, 책임, 경험과 학습의 경로까지 설계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소개한 Workforce Orchestrator와 Work & Workforce Architect는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Workforce Orchestrator는 사람과 AI, 로봇이 함께 일하는 현장에서 업무의 흐름과 수행 주체를 실제로 조율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Work & Workforce Architect는 그러한 조율이 가능하도록 Work·Task·Capability·Workforce Source·판단·책임의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rchitect가 일의 구조를 설계한다면,
Orchestrator는 그 구조가 실제로 움직이도록 조율합니다.
두 역할은 경쟁하는 명칭이 아닙니다. 하나는 설계에, 다른 하나는 운영과 조율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가 있습니다. 조직의 규모와 업무 특성에 따라 한 사람이 두 역할을 함께 맡을 수도 있고, HR과 현업 리더가 나누어 맡을 수도 있습니다.
두 개념이 향하는 방향은 같습니다.
미래의 HR은 사람을 관리하는 기능에 머물지 않고, 사람과 AI와 시스템이 함께 일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조율해야 합니다.
결국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대체로 이것입니다.
“이 AI는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하지만 기술이 실제 조직 안으로 들어오면 더 어려운 질문들이 남습니다.
이 일을 어디까지 AI에게 맡길 것인가. 사람은 어떤 판단을 남겨야 하는가. 누가 결과를 검토하고 승인할 것인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AI가 가져간 업무 대신 사람은 어디에서 경험을 쌓을 것인가. 그 판단과 경험을 어떻게 조직의 학습으로 남길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일이 Workforce Orchestrator의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HR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중요하지 않아져서 일을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의 능력과 경험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일을 먼저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HR은 다시 물어야 합니다.
이 일은 누가 합니까?
사람은 무엇을 맡습니까?
AI는 무엇을 맡습니까?
누가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집니까?
그리고 사람은 어디에서 다음 역량을 키웁니까?
이 질문을 설계할 수 있는 조직이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시대를 먼저 운영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 기사
Isabel Berwick, “Why ‘workforce orchestrator’ is the next hot job,” Financial Times, 2026년 7월 22일. 기사 원문 보기 (유료 구독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