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조직 안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반복 업무는 줄어들 것이다.”
“관리 인력도 줄일 수 있다.”
“HR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겉으로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채용 공고를 작성하고, 지원서를 분류하고, 교육 신청을 정리하고, 인사 데이터를 취합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일 중 상당 부분은 이미 AI와 시스템이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HR 인력을 줄이면 조직의 일이 줄어드는 것일까요.

저는 이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CEO와 CHRO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몇 명을 줄일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무슨 일이 줄어드는가.
무슨 일은 남는가.
무슨 일은 새로 생기는가.
그리고 그 일은 누가 해야 하는가.

제가 『일은 누가 하는가』에서 계속 붙잡은 질문도 바로 이것입니다. AI 시대의 조직 문제는 단순히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의 단위가 바뀌고, 필요한 역량이 바뀌고, 그 일을 맡는 주체가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HR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AI는 지원자의 이력서를 요약할 수 있습니다. 면접 질문 초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교육 만족도 결과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 문의에 1차 답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인사 데이터를 보고 이상 징후를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HR의 일은 줄어든 것일까요.

일부는 줄어듭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일이 생깁니다. AI가 분류한 지원자를 어떤 기준으로 다시 볼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자동으로 생성된 면접 질문이 조직의 채용 기준과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교육 결과 요약이 실제 역량 변화로 이어졌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구성원 문의에 대한 답변이 제도 취지와 충돌하지 않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인사 데이터의 이상 징후가 단순 오류인지, 조직 문제의 신호인지 해석해야 합니다.

즉 줄어드는 것은 “HR”이 아니라 HR 안에 있던 일부 과업입니다. 반대로 늘어나는 것은 AI가 만든 결과를 해석하고, 기준을 세우고, 책임 있게 연결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업무명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과업이 바뀝니다.
부서는 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역할이 바뀝니다.
사람 수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판단 책임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조직이 이 지점에서 착각합니다. “채용 업무에 AI를 도입했으니 채용 담당자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채용 담당자가 하던 일 중 일부가 AI로 이동했을 뿐입니다. 남은 일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AI가 걸러낸 후보자를 다시 보는 일, 놓친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 면접관의 판단 편차를 줄이는 일, 채용 기준을 현업의 실제 업무와 연결하는 일은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교육 콘텐츠를 추천하고, 학습 이력을 정리하고, 퀴즈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L&D의 일이 단순히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누가 교육을 들었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다음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는가”입니다. 교육 운영이 줄어든 자리에 역량 진단, 현업 배치, 성과 확인, 재학습 설계가 들어옵니다.

HR 데이터도 그렇습니다. AI가 데이터를 정리한다고 해서 데이터 거버넌스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어떤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직무명과 실제 업무가 맞는지, 역량 정보가 최신인지, 부서별 인력 요청이 실제 일의 변화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HR의 일은 단순 입력에서 해석과 기준 관리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CEO와 CHRO는 HR을 줄일 수 있는지 묻기 전에 먼저 HR 안의 일을 다시 쪼개야 합니다.

첫째, AI가 대신할 수 있는 과업은 무엇인가.
둘째, 사람이 계속 해야 하는 판단은 무엇인가.
셋째, AI가 들어오면서 새로 생기는 관리 과업은 무엇인가.
넷째, 그 일을 HR이 해야 하는가, 현업 리더가 해야 하는가, 시스템이 해야 하는가.
다섯째,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지고 끝낼 것인가.

이 질문 없이 HR 인력만 줄이면 조직은 잠시 가벼워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현업은 필요한 사람을 설명하지 못하고, HR은 인력 요청을 숫자로만 받습니다. 교육은 운영되지만 배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AI는 답을 내놓지만 그 답을 누가 끝낼지 모릅니다. 결국 줄어든 것은 일이 아니라, 일을 설명하고 연결하고 책임지는 능력일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핵심은 인력 감축이 아니라 일의 재배치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역량·인력의 재배치입니다.

어떤 일은 AI로 이동합니다.
어떤 일은 현업으로 이동합니다.
어떤 일은 HR 안에서 더 고도화됩니다.
어떤 일은 새로 생깁니다.
그리고 어떤 일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HR을 줄인다”는 말은 너무 거칠어집니다. HR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HR이 하던 일의 구조가 바뀌는 것입니다. 조직이 봐야 할 것은 사람 수가 아니라 일의 지도입니다.

『일은 누가 하는가』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AI가 들어오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람이냐 AI냐”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일은 무엇인가.
이 일을 수행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그 역량은 사람에게 있는가, AI에게 있는가, 외부 파트너에게 있는가.
그리고 최종 책임은 누가 지는가.

HR도 이 질문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HR이야말로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받아야 하는 기능입니다. HR이 스스로의 일을 과업 단위로 설명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의 일과 역량을 다시 설계하기 어렵습니다.

CEO가 HR에 물어야 할 질문은 “AI로 몇 명 줄일 수 있습니까?”가 아닙니다.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일은 지금 어떻게 바뀌고 있습니까?
AI가 가져갈 일과 사람이 남아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새로 필요한 역량은 어디에서 확보합니까?
현업 리더와 HR은 각각 무엇을 책임져야 합니까?
이 변화 이후에도 일이 제대로 끝나는 구조가 남아 있습니까?

CHRO가 답해야 할 질문도 바뀝니다. 더 이상 “인력을 몇 명 운영하고 있는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제 CHRO는 조직의 일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사라지고, 어떤 일이 이동하고, 어떤 일이 새로 생기며, 그에 따라 어떤 역량과 인력 구조가 필요한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HR을 줄이면 일이 줄어드는가.

일부 과업은 줄어듭니다. 그러나 조직이 해야 할 질문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어려워집니다. AI가 실행을 빠르게 만들수록, 사람과 조직은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남길지 더 분명히 정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HR 혁신은 HR 인원을 줄이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HR 안의 일을 다시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이 한 문장으로 돌아옵니다.

일은 누가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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