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에이전틱 AI 시대, HR은 어떻게 바뀌는가’ 연재의 5편입니다.

앞선 네 편에서는 AI 파일럿의 함정, HR 운영모델 변화, 신입·초기 경력자의 성장 경로, 그리고 HR에 새롭게 요구되는 네 가지 역할을 살펴봤습니다. 마지막 글에서는 CHRO가 지금 정해야 할 다섯 가지 판단 의제를 정리합니다.

AI 전환을 앞두고 많은 조직이 묻습니다.

어떤 AI 도구를 도입할 것인가.
어떤 업무부터 자동화할 것인가.
파일럿은 어느 부서에서 시작할 것인가.
교육은 누구에게 먼저 할 것인가.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모두 필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들보다 앞에 와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HR로 바뀌려 하는가.

이 질문이 없으면 AI 도입은 각 부서의 작은 실험으로 흩어집니다. 채용은 채용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보상은 보상대로, 직원경험은 직원경험대로 AI를 붙입니다. 각각은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조직 전체의 HR은 더 빠른 조직이 아니라 더 복잡한 조직이 됩니다.

맥킨지는 「Escaping the pilot trap: Building HR for the agentic era」에서 CHRO가 에이전틱 AI 시대를 맞아 지금 내려야 할 다섯 가지 결정을 제시합니다.

첫째, 우리의 미래 운영모델은 무엇인가.
둘째, 어디서 어떤 순서로 시작할 것인가.
셋째, HR 자체 역량을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
넷째, 누가 거버넌스를 맡고 현장 속도와 전사 일관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다섯째, 가치 사례와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이 다섯 가지는 단순 실행 체크리스트가 아닙니다. AI를 도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AI 이후 HR이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입니다.

1. 우리의 미래 운영모델은 무엇인가

첫 번째 결정은 미래 운영모델입니다.

미래 운영모델은 멋진 비전 문구가 아닙니다. “AI 기반 HR 혁신”, “디지털 HR 전환”, “사람 중심 AI 활용” 같은 슬로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미래 운영모델은 AI 이후 HR의 작동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2030년에 HR은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


사람과 에이전트는 각각 무엇을 맡을 것인가.
구성원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가.
관리자는 어떤 의사결정 지원을 받게 될 것인가.
HRBP, CoE, Shared Service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어떤 판단은 인간에게 남기고, 어떤 실행은 에이전트에게 맡길 것인가.
HR은 기능조직으로 남을 것인가, 제품·플랫폼 조직으로 바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일럿을 늘리면 각 팀은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채용팀은 스크리닝 속도를 높입니다.
교육팀은 개인화 추천을 붙입니다.
보상팀은 문의 응대를 자동화합니다.
HRBP는 회의 자료 요약을 자동화합니다.
직원경험팀은 챗봇을 고도화합니다.

각각은 유용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들이 같은 미래 그림을 향하지 않으면 AI는 조직을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라 더 조각냅니다.

미래 운영모델은 그래서 방향의 문제입니다.

작은 실험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작은 실험이 같은 방향으로 쌓이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CHRO가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AI를 어디에 쓸 것인가”가 아닙니다.

AI 이후 HR이 어떤 운영모델로 일할 것인가입니다.

2. 어디서 어떤 순서로 시작할 것인가

두 번째 결정은 시작점과 순서입니다.

AI 전환에서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는 단순한 우선순위 문제가 아닙니다. 시작점은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를 드러냅니다.

가장 아픈 업무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직원 문의, 급여 문의, 채용 일정 조율, 문서 발급처럼 반복적이고 불만이 많은 업무입니다. 이 방식은 빠른 성과를 만들기 좋습니다. 현장도 체감합니다.

하지만 위험도 있습니다. 통증 지점만 따라가면 기존 프로세스를 더 빠르게 만들 뿐, 미래 HR 운영모델과 연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식은 엔드투엔드 프로세스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입니다. 온보딩, 급여, 채용, 학습과 이동처럼 하나의 흐름을 통째로 봅니다. 이 방식은 어렵지만, AI가 어디에 들어가야 하고 사람이 어디에서 판단해야 하는지 더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야심적인 방식은 HR 도메인 전체를 다시 구축하는 것입니다. 채용, L&D, 보상, 성과관리 같은 영역을 처음부터 인간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구조로 다시 설계합니다. 효과는 크지만 리더십의 확신과 조직의 준비도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빠른 것부터”가 아닙니다.

어떤 순서가 미래 운영모델에 가장 많이 배우게 해주는가입니다.

첫 파일럿은 단순히 성공 확률이 높은 과제가 아니라, 앞으로 확장할 운영원리를 배울 수 있는 과제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채용 스크리닝 자동화 하나를 하더라도, 그 안에서 데이터 기준, 인간 검토, 예외 처리, 후보자 경험, 현업 책임, 편향 감시를 함께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파일럿은 성공했지만 조직은 배우지 못합니다.

CHRO는 “어디가 쉬운가”가 아니라 “어디서 시작해야 미래 HR 운영모델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가”를 정해야 합니다.

3. HR 자체 역량을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

세 번째 결정은 HR 자신의 역량입니다.

AI 시대 HR은 다른 부서에 변화하라고 말하는 위치에만 있을 수 없습니다. HR 자신도 변화의 대상입니다.

HR이 조직 전체의 일과 인력, 역량, 책임 구조를 설계하려면 HR 안의 역량도 달라져야 합니다.

앞으로 HR에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합니다.

사람과 일을 함께 설계하는 피플 전략가.
HR 업무와 기술을 연결하는 피플 테크놀로지스트.
데이터와 AI 판단의 위험을 감시하는 피플 사이언티스트.
기능 경계를 넘어 현업 문제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는 플로우투워크 제너럴리스트.

이 역할들은 이름보다 기능이 중요합니다.

HR 안에 사람과 일을 함께 보는 기능이 있는가.
에이전트의 업무 흐름과 데이터 권한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AI 판단의 편향과 설명 가능성을 점검하는 사람이 있는가.
현업의 복합 문제에 맞춰 HR 자원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사람이 있는가.

기존 HR 역량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노동법, 제도 설계,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조직 이해, 관계 조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역량이 더해져야 합니다.

업무 흐름을 설계하는 능력.
데이터와 스킬 그래프를 이해하는 능력.
AI 에이전트의 작동 방식을 점검하는 능력.
직원 경험을 제품처럼 개선하는 능력.
사람과 에이전트의 역할 경계를 정하는 능력.
AI가 사람 관련 판단에 미치는 위험을 감시하는 능력.

이 역량은 교육 한 번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HR이 실제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생깁니다. 반복 문의를 처리하던 담당자가 에이전트의 품질과 예외를 관리해야 합니다. 교육 담당자가 과정 운영을 넘어 학습 제품을 개선해야 합니다. 채용 담당자가 후보자를 직접 훑어보는 데서 후보자 경험과 AI 판단 기준을 설계하는 일로 이동해야 합니다.

CHRO는 물어야 합니다.

우리 HR은 AI를 사용하는 조직인가.


아니면 AI 이후의 일과 역량을 설계할 수 있는 조직인가.

4. 누가 거버넌스를 맡을 것인가

네 번째 결정은 거버넌스입니다.

AI 전환에서 거버넌스라는 말은 종종 느리게 만드는 장치처럼 들립니다. 승인 절차, 보안 검토, 개인정보 보호, 법무 검토, 리스크 점검을 떠올립니다.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 시대의 거버넌스는 단순 통제가 아닙니다. 현장의 속도와 전사 일관성을 함께 지키는 운영 구조입니다.

현업이 로우코드 도구로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면 속도는 빨라집니다. 그러나 각자 만든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데이터 기준을 쓰고, 다른 판단 기준을 따르고, 다른 보안 수준으로 운영되면 조직은 섀도 스택을 떠안게 됩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IT나 중앙 HR이 통제하면 현장의 속도는 사라집니다. 현업은 대기열에 갇히고, AI 전환은 다시 대형 시스템 프로젝트처럼 느려집니다.

그래서 CHRO가 정해야 할 것은 단순히 “누가 승인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누가 플랫폼을 소유하는가.
누가 데이터 기준을 정하는가.
누가 에이전트 사용 권한을 관리하는가.
누가 오류와 편향을 모니터링하는가.
누가 현업이 직접 만들 수 있는 범위와 중앙 통제가 필요한 범위를 구분하는가.
누가 중단해야 할 에이전트를 판단하는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좋은 거버넌스는 현장을 막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장이 안전하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만들 수 있는 에이전트,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위험, 인간 판단이 필요한 조건을 명확히 해주기 때문입니다.

AI 거버넌스의 핵심은 “하지 말라”가 아닙니다.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어디서부터 사람과 조직의 판단이 필요한지 정하는 것입니다.

이 경계가 없으면 현장은 각자 움직이고, 사고가 난 뒤에야 조직은 뒤늦게 통제합니다. 그때는 이미 많은 에이전트가 업무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을 수 있습니다.

5. 무엇을 되돌릴 수 있게 설계할 것인가

다섯 번째 결정은 되돌릴 수 있는 선택입니다.

AI 전환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술도 바뀌고, 규제도 바뀌고, 구성원의 수용도도 바뀌고, 실제 업무 효과도 예상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결정을 확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결정은 빠르게 해도 되는가.
어떤 결정은 되돌릴 수 있어야 하는가.
어떤 결정은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보류해야 하는가.
어떤 조건이 발생하면 다시 판단해야 하는가.

이것을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직원 문의 챗봇은 상대적으로 되돌리기 쉬울 수 있습니다. 성능이 낮으면 범위를 줄이거나 사람 상담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 채용, 보상, 승진, 이동 추천처럼 구성원의 기회에 직접 영향을 주는 영역은 다릅니다. 한 번 잘못된 기준이 들어가면 구성원 신뢰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가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법적·윤리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영역에서는 더 신중해야 합니다.

CHRO는 AI 전환의 가치 사례를 만들되, 동시에 재검토 조건을 정해야 합니다.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
어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
어떤 위험은 감수하면 안 되는가.
어떤 지표가 나타나면 사용을 중단할 것인가.
어떤 경우에는 인간 검토를 강화할 것인가.
어떤 결정은 아직 자동화하지 않을 것인가.

AI 도입은 한 번의 결정이 아닙니다. 계속 갱신해야 하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단순 프로젝트 관리가 아니라 판단 기록입니다. 왜 이 AI를 도입했는지, 무엇을 충분하다고 보았는지, 어떤 위험을 감수했는지, 누가 최종 판단했는지, 언제 다시 열어볼 것인지를 남겨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다섯 결정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다섯 가지 결정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미래 운영모델이 없으면 시작 순서가 흩어집니다.
시작 순서가 없으면 파일럿은 많아도 학습은 쌓이지 않습니다.
HR 역량이 바뀌지 않으면 운영모델은 문서에만 남습니다.
거버넌스가 없으면 현장의 속도는 파편화됩니다.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이 없으면 조직은 작은 실험을 큰 위험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CHRO의 역할은 AI 도입을 승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AI 이후 HR이 어떤 방식으로 일할지 정해야 합니다.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HR 자신의 역량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현장의 속도와 전사 일관성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무엇을 실험하고,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다시 판단할지 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AI 시대 CHRO의 판단 의제입니다.

국내 HR 조직에는 무엇을 묻는가

국내 기업 HR에도 같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첫째, 우리 HR의 2030년 그림이 있는가.

AI 도구 목록은 있을 수 있습니다. 파일럿 계획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 HR 운영모델이 없다면 각 과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둘째, 지금 하는 파일럿은 무엇을 배우기 위한 것인가.

단순히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인지, 사람과 에이전트의 역할 경계를 배우기 위한 것인지, 새로운 직원경험을 검증하기 위한 것인지 분명해야 합니다.

셋째, HR 안에 AI 이후 필요한 역할과 역량을 키우고 있는가.

AI 교육을 받는 것과 AI 이후의 HR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다릅니다. HR이 에이전트와 데이터, 제품, 경험, 판단을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현업이 만든 AI 활용을 누가 보고 있는가.

부서별로 조용히 만들어진 에이전트가 얼마나 있는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는지, 어떤 판단에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습니다.

다섯째, AI 사용을 멈추거나 다시 판단할 기준이 있는가.

성과가 낮을 때, 오류가 반복될 때, 직원 신뢰가 떨어질 때,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가 나타날 때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해야 합니다.

CHRO가 지금 정해야 할 것은 AI 도입 여부가 아닙니다.

AI는 이미 들어오고 있습니다. 현업은 이미 실험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는 점점 더 쉽게 만들어질 것입니다.

질문은 더 이상 “AI를 쓸 것인가”가 아닙니다.

질문은 이것입니다.

AI 이후 HR은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HR은 AI 프로젝트를 많이 하면서도 전환의 중심에 서지 못할 수 있습니다. 파일럿은 늘지만 운영모델은 그대로이고, 자동화는 진행되지만 사람의 판단과 책임은 흐려지고, 효율은 일부 생기지만 조직 전체의 경험은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CHRO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유행을 따라가는 속도가 아닙니다.

방향을 정하는 판단입니다.
순서를 정하는 판단입니다.
역량을 재구축하는 판단입니다.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판단입니다.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을 남기는 판단입니다.

AI 전환은 도구 도입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HR의 미래는 도구가 아니라 이 다섯 가지 판단 위에서 결정됩니다.

이 연재는 AI 시대 HR 전환을 도구 도입이 아니라 일·역량·책임·운영모델의 재설계로 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이 관점을 국내 기업의 HR 운영, L&D, 조직문화, 노사관계 이슈로 옮겨 구체적인 장면 속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McKinsey, 「Escaping the pilot trap: Building HR for the agentic era」, 2026.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