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에이전틱 AI 시대, HR은 어떻게 바뀌는가’ 연재의 1편입니다.

이번 연재는 맥킨지 리포트 「Escaping the pilot trap: Building HR for the agentic era」를 출발점으로, AI 에이전트가 HR의 일·역할·운영모델·성장경로·리더십 의사결정을 어떻게 바꾸는지 다룹니다.

1편. AI 파일럿은 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2편. HR은 왜 제품·플랫폼 조직으로 바뀌는가

3편. AI 시대 신입은 어디서 판단력을 배울까

4편. HR에 새로 생기는 네 가지 역할

5편. CHRO가 지금 정해야 할 다섯 가지

AI 전환을 말할 때 자주 듣는 조언이 있습니다.

“일단 작게 시작해보자.”
“파일럿을 돌려보고, 효과가 있으면 확대하자.”
“현업에서 유스케이스를 찾아 빠르게 실험해보자.”

그동안 이 말은 꽤 합리적인 접근처럼 들렸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한 번에 크게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니, 작은 업무부터 시험해보고 배우자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이 조언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맥킨지가 2026년 8월 4일 발표한 「Escaping the pilot trap: Building HR for the agentic era」는 바로 이 지점을 짚습니다. 맥킨지는 앞으로 효과적인 에이전틱 HR을 만드는 조직은 파일럿을 단순히 확장하는 조직이 아니라, 먼저 인간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HR 운영모델을 정의한 뒤 거기서부터 거꾸로 실행을 설계하는 조직이라고 말합니다.

이 리포트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AI 파일럿의 문제가 더 이상 “실험이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실험은 너무 빨리,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나절 만에 만들어지는 에이전트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답변을 생성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여러 시스템을 넘나들며 판단하고, 행동하고, 다른 에이전트와 함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입니다.

맥킨지는 급여 담당자나 리크루터가 로우코드 도구를 이용해 오후 한나절이면 작동하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합니다. 채용 담당자는 이력서 1차 스크리닝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급여 담당자는 반복 문의에 답하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교육 담당자는 구성원별 학습 추천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속도는 분명 강력합니다.

예전에는 작은 자동화 하나를 만들기 위해 IT 부서에 요청하고, 요구사항을 작성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우선순위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제는 현업 담당자가 자기 업무의 불편을 직접 에이전트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속도입니다.

각 팀이 자기 업무의 통증 지점을 빠르게 해결하는 동안, 조직 전체는 자신도 모르게 파편화된 자동화의 풍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채용팀은 채용팀 방식으로, 급여팀은 급여팀 방식으로, 교육팀은 교육팀 방식으로 에이전트를 만듭니다. 각각은 좋아 보입니다. 현장은 빨라지고, 반복 업무는 줄어들고, 담당자는 시간을 절약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들이 하나의 운영모델 안에서 연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조직은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파일럿 함정이란 무엇인가

맥킨지는 이를 “파일럿 함정”이라고 부릅니다. 과제 단위에서는 속도가 나지만, 설계 단위에서는 표류가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개별 업무는 빨라지지만, 조직 전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지는 오히려 흐려지는 것입니다.

이 말은 중요합니다.

파일럿 함정은 파일럿이 실패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파일럿이 작게는 성공하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채용 스크리닝 에이전트가 시간을 줄여줍니다.
급여 문의 에이전트가 반복 응대를 줄여줍니다.
온보딩 문서 에이전트가 안내 자료를 빠르게 만들어줍니다.
교육 추천 에이전트가 구성원별 과정을 제안합니다.

각각의 업무만 보면 개선입니다. 하지만 이 개선들이 하나의 HR 운영모델로 연결되지 않으면 조직은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이 에이전트들은 같은 데이터 기준을 쓰고 있는가.
어떤 업무는 중앙에서 만들고, 어떤 업무는 현업이 직접 만들어도 되는가.
에이전트의 결과를 누가 검토하는가.
오류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가.
기존 프로세스 자체가 곧 사라질 예정인데, 우리는 그 프로세스를 더 정교하게 자동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사람에게 남겨야 할 판단과 관계 업무는 무엇인가.

파일럿은 작아도 됩니다. 그러나 방향까지 작게 정하면 안 됩니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 왜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가

과거의 디지털 전환에서는 청사진 없이 움직이면 시간이 낭비됐습니다.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시스템이 중복되고, 부서 간 조율 비용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 전환에서는 문제가 더 커집니다. 맥킨지는 청사진 없이 움직이면 시간을 잃는 것이 아니라 청사진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가드레일 없이 만들어진 에이전트가 기존 운영모델의 조각들을 코드로 굳혀버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가 이미 복잡하다고 해보겠습니다. 현업 요청서 양식이 제각각이고, 후보자 평가 기준도 사업부마다 다르고, 면접 피드백도 일관되게 기록되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이력서 스크리닝 에이전트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겉으로는 좋아 보입니다. 이력서 검토 시간이 줄어듭니다. 후보자 정렬도 빨라집니다. 담당자는 더 많은 후보자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현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평가 기준은 여전히 제각각입니다. 면접관의 판단은 기록되지 않습니다. 채용 결과가 성과와 연결되는지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에이전트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닙니다. 낡은 채용 프로세스를 더 빠르게 반복하도록 만든 것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파일럿 함정입니다.

없어져야 할 프로세스를 더 정교하게 다듬는 것.
다시 설계해야 할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
정리되지 않은 판단 기준을 에이전트 안에 숨기는 것.
기존 운영모델의 파편을 코드로 고정하는 것.

그래서 “작게 시작하자”는 말은 이제 다시 해석되어야 합니다.

작은 실험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실험이 향할 큰 설계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노스스타에서 거꾸로

맥킨지는 해법으로 “North Star back” 접근을 제안합니다. 먼저 2030년 HR이 어떤 인간–에이전트 운영모델로 일할 것인지 정의하고, 그 미래 모습에서부터 실행 순서, 역량 투자, 거버넌스, 초기 성과를 거꾸로 설계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거창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의미는 단순합니다.

AI 파일럿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HR이 되려는가.
사람은 어떤 일을 계속 맡아야 하는가.
에이전트는 어떤 일을 맡아야 하는가.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할 때 판단은 어디에 남는가.
HR은 기능별 부서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제품과 플랫폼처럼 운영될 것인가.
현업이 만든 에이전트와 중앙에서 만든 에이전트는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파일럿은 많아지지만 방향은 흐려집니다.

하나의 부서는 속도를 높입니다.
다른 부서는 비용을 줄입니다.
또 다른 부서는 직원 경험을 개선합니다.

하지만 이 성과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쌓이면 조직 전체의 HR은 더 복잡해집니다. 구성원은 어느 채널을 이용해야 하는지 헷갈리고, 관리자는 어떤 결과를 믿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HR은 자신이 운영하는 에이전트가 몇 개인지도 모르게 될 수 있습니다.

전환은 실험의 수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실험이 하나의 설계 안에 연결될 때 전환이 됩니다.

HR이 특히 어려운 이유

HR은 이 문제에서 조금 더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HR은 조직 전체의 인간–에이전트 재설계를 도와야 합니다. 동시에 HR 자신도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맥킨지는 이를 HR의 이중 임무라고 설명합니다. HR은 기업 전체의 인간–에이전트 전환을 설계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그 변화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HR이 다른 부서에 “업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HR 자신은 기존 프로세스 위에 AI만 덧붙이고 있다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채용은 여전히 과거 방식인데 이력서만 AI가 읽습니다.
교육은 여전히 과정 중심인데 추천만 AI가 합니다.
성과관리는 여전히 평가표 중심인데 코멘트 요약만 AI가 합니다.
HRBP는 여전히 회의와 보고에 묶여 있는데 데이터 분석만 AI가 보조합니다.

이것은 전환이 아니라 덧붙이기입니다.

AI 시대 HR이 진짜로 바뀌려면 질문의 단위가 달라져야 합니다.

“이 업무를 AI가 대신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업무는 앞으로 어떤 흐름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몇 시간을 줄일 수 있는가?”가 아니라,
“사람에게 남겨야 할 판단과 관계 업무는 무엇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어떤 파일럿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파일럿은 미래 HR 운영모델 안에서 어떤 위치를 갖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자동화보다 어려운 문제: 사람의 역량

맥킨지는 에이전틱 HR의 노스스타가 반드시 다뤄야 할 긴장 중 하나로 “업무 자동화와 사람 역량 가속”을 제시합니다. 무엇을 에이전트에게 넘길지는 비교적 쉬운 결정입니다. 더 어려운 것은 에이전트가 일을 가져간 뒤, 사람에게 어떤 역량을 의도적으로 키울 것인가입니다.

이 문제는 특히 신입과 초기 경력자에게 중요합니다.

AI가 저난이도 업무를 가져가면 조직은 단기적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입이 그 저난이도 업무를 통해 배우던 경험도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업무 언어를 배웁니다.
반복 문의에 답하면서 예외 상황을 익힙니다.
초안을 쓰면서 상사의 피드백을 받습니다.
기본 분석을 하면서 숫자의 맥락을 이해합니다.
작은 판단을 반복하면서 큰 판단의 감각을 기릅니다.

이 과정을 모두 에이전트가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요.

신입에게 남는 일은 더 어렵고, 더 추상적이고, 더 판단 집약적인 업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판단력을 기를 사다리는 줄어듭니다.

맥킨지가 “에이전트가 초급 업무를 가져간다면, 다음 세대의 판단력은 현장에서 자연히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우려는 다른 조사와도 연결됩니다. Gartner는 2026년 7월 발표에서 CHRO의 22%가 조직 내 적어도 한 명의 비즈니스 리더가 AI 자동화 때문에 일부 초급 직무 채용을 중단했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조직의 95%는 지난 1년간 어떤 형태로든 AI를 도입했지만, 상당하거나 변혁적인 가치를 얻었다고 답한 조직은 5곳 중 1곳에 그쳤습니다.

이 숫자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AI는 초급 업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급 인재의 성장 경로까지 줄이면 몇 년 뒤 조직은 다른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내부에서 길러야 할 중견 인력이 부족해지고, 외부에서 더 비싼 비용으로 경험자를 사와야 하며, 조직 고유의 지식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AI 파일럿의 성과를 볼 때 단기 효율만 보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HR이 지금 확인해야 할 세 가지

그렇다면 HR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맥킨지 리포트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우리 조직의 AI 파일럿을 점검하는 세 가지 질문으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 파일럿은 미래에도 남을 업무를 개선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라질 프로세스를 더 정교하게 만들고 있는가.

AI가 기존 절차를 빠르게 만들었다고 해서 좋은 파일럿은 아닙니다. 그 절차 자체가 앞으로 없어질 것이라면, 우리는 미래를 준비한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자동화한 것입니다.

둘째, 이 파일럿에서 사람과 에이전트의 경계는 어디인가.

에이전트가 자료를 모을 수 있습니다. 초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후보자를 정렬할 수 있습니다. 문의에 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사람이 판단해야 합니다. 그 경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자동화는 빨라지지만 책임은 흐려집니다.

셋째, 이 파일럿은 사람에게 어떤 역량을 남기거나 새로 길러주는가.

좋은 AI 파일럿은 사람의 일을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시간을 어디에 다시 쓸지 정해야 합니다. 판단, 관계, 코칭, 설득, 예외 처리, 문제 정의 같은 역량을 의도적으로 키우는 설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 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파일럿은 작게 성공해도 크게 확산되기 어렵습니다.

AI 파일럿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대개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파일럿이 작아서도 아닙니다.
실험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현업이 느려서도 아닙니다.

문제는 실험을 연결할 설계가 없는 데 있을 수 있습니다.

각자 빠르게 시작하면 개별 업무는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는 표류합니다. 에이전트는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의 업무 흐름과 판단 구조를 다시 묻습니다.

앞으로 HR이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어떤 AI 파일럿을 더 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지금 진행 중인 AI 파일럿들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미래 HR 운영모델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가?”

AI 전환은 파일럿의 수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파일럿이 향할 하나의 설계가 있을 때 비로소 조직 변화가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에이전틱 AI 시대에 HR이 왜 기능조직에서 제품·플랫폼 조직으로 이동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McKinsey, 「Escaping the pilot trap: Building HR for the agentic era」, 2026. 8. 4.
Gartner, 「Gartner Survey Finds AI Automation Is Reducing Some Entry Level Hiring at Nearly One-Quarter of Organizations」, 2026.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