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8일, 맥킨지는 ‘From Adoption to Impact: Three Horizons of AI Transformation’이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직원과 리더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는 자신이 AI를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AI에 맞춰 사람과 문화, 업무 방식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본 리더는 27%에 불과했습니다.

사람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조직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맥킨지는 조직의 AI 전환을 세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첫 단계는 구성원에게 범용 AI 도구를 제공하고 기존 업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드는 ‘활용 기반 구축(Enablement)’입니다. 두 번째는 AI를 활용해 여러 기능을 가로지르는 기존 업무 흐름을 자동화하고 개선하는 ‘자동화(Automation)’입니다. 세 번째는 AI를 중심에 두고 역할과 업무 흐름, 운영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전면 재설계(Reinvention)’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조직이 전면 재설계 단계에 도달했다고 답한 리더는 11%에 그쳤습니다. 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AI를 사용하면서 업무 흐름까지 다시 설계한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기업 차원의 가치 창출을 보고할 가능성이 5.3배 높았습니다.

결국 AI 성과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많은 직원이 AI를 쓰는가”가 아니었습니다.

AI가 들어온 뒤 일을 어떻게 다시 설계했는가였습니다.

직원은 바뀌었지만 일의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많은 기업이 AI 활용을 확산하기 위해 계정을 지급하고 교육을 실시합니다. 직원들에게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권하고, 활용 사례를 공유하며, 우수 프롬프트를 모읍니다. 어느 부서가 더 많이 사용하는지 측정하고, 생산성 향상 사례를 경영진에게 보고하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은 필요합니다. AI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는 조직이 업무를 재설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직원이 이메일을 더 빨리 작성하고, 회의록을 짧은 시간에 정리하며, 보고서 초안을 신속하게 만드는 것과 조직이 AI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개인의 업무 시간은 줄었지만 검토와 승인 과정이 그대로라면 전체 업무 속도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직원이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지 정하지 않았다면 개인의 효율은 조직의 성과로 전환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I가 만든 결과를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고, 현업과 지원부서가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검토하며, 최종 판단은 여전히 소수의 리더에게 몰린다면 조직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도구는 달라졌지만 일의 구조는 그대로인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존 업무 자체가 잘못 나뉘어 있거나 불필요한 확인과 승인이 포함되어 있다면, AI는 그 비효율을 더 빠르게 반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보고서를 더 빨리 작성하고, 애매한 기준에 따른 검토를 자동화하며, 끝나지 않는 회의의 기록을 더 정교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AI가 비효율적인 업무를 맡는다고 그 업무가 필요한 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생성하는 결과물이 늘어나면서 사람이 확인해야 할 정보도 함께 많아질 수 있습니다. 작성 시간은 줄었지만 검토와 조정 시간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AI 도입은 현재 업무의 자동화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현재의 업무가 왜 존재하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단계는 없앨 수 있는지, 사람의 판단은 어디에 남겨야 하는지를 다시 물어야 합니다.

업무 하나를 자동화하는 것과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는 것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채용 공고 작성에 AI를 적용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AI는 직무 정보를 정리하고, 공고 초안을 만들며, 표현을 다듬을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담당자가 반나절 동안 작성하던 초안을 몇 분 만에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업의 채용 요청이 불명확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필요한 사람의 경력과 역량에 대해 현업과 HR의 기준이 다르고, 여러 리더가 차례로 표현을 수정하며, 최종 승인권자가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초안 작성 시간이 줄어도 전체 공고 작성 기간은 줄지 않습니다.

이 경우 병목은 글쓰기 능력이 아닙니다.

요청을 해석하는 기준, 현업과 HR 사이의 역할, 검토 순서, 판단 권한이 문제입니다.

업무 하나를 AI로 빠르게 만드는 것과 업무 흐름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전자는 기존 흐름 안에서 특정 Task의 시간을 줄입니다. 후자는 어떤 Task가 정말 필요한지부터 다시 묻고, 사람과 AI의 역할을 재배치하며, 검토와 판단의 위치까지 바꿉니다.

맥킨지가 제시한 5.3배의 차이도 이 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AI 도구를 제공하는 데 그친 조직보다 업무 흐름을 공식적으로 바꾸고, 구성원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대를 명확히 하며, 절약된 역량을 더 높은 가치의 일로 돌린 조직에서 더 많은 가치가 나타난 것입니다.

AI의 가치는 AI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AI를 포함해 일이 끝나는 전체 구조에서 만들어집니다.

AI가 들어오면 Work부터 다시 읽어야 합니다

AI 시대의 조직은 사람에게 어떤 도구를 줄 것인지보다 먼저, 조직이 실제로 어떤 일을 끝내야 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먼저 Work를 확인해야 합니다. Work는 단순한 활동의 이름이 아니라 조직에서 만들어야 할 결과와 기능을 포함합니다. 그다음 Work를 구성하는 Task를 나누고, 각 Task가 끝나기 위해 필요한 Capability를 읽어야 합니다.

Capability에는 전문지식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필요한 정보와 도구, 부서 사이의 흐름과 조정, 판단할 권한과 결과에 대한 책임, 경험을 학습으로 전환하는 조건까지 포함됩니다.

그리고 각 Capability를 누가 제공할지 판단해야 합니다. 내부 구성원을 육성할 것인지, 외부 전문가의 능력을 빌릴 것인지, 새로운 인재를 채용할 것인지, AI와 자동화를 활용할 것인지를 조합해야 합니다.

핵심은 사람의 일을 AI에게 넘기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일이 끝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다시 조합하는 데 있습니다.

AI가 자료를 검색하고 초안을 만들더라도 어떤 문제를 다룰지 정의하고, 결과의 충분함을 판단하며, 예외와 위험을 책임지는 일은 사람에게 남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정보 정리와 비교, 일정 조정은 AI와 시스템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역할이 달라지면 사람의 직무도 달라집니다. 관리자는 진행 상황을 취합하는 사람에서 우선순위와 판단 기준을 정하는 사람으로 이동합니다. 실무자는 지시받은 과업을 수행하는 사람에서 AI의 결과를 해석하고 예외를 판단하는 사람으로 이동합니다. HR은 AI 교육을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일의 구조를 바꾸면 판단의 구조도 바뀌어야 합니다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할 때 놓치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판단과 책임입니다.

AI가 고객 문의의 답변 초안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어떤 답변을 자동 발송할 수 있는지, 어떤 문의는 사람이 검토해야 하는지, 어떤 위험이 발생하면 누구에게 넘길지를 정해야 합니다. AI가 후보자를 비교할 수 있다고 해도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예외 후보를 누가 살펴볼지, 최종 추천에 누가 책임질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맡겨도 되는 일은 다릅니다.

그래서 AI 전환은 기술과 업무 흐름의 설계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충분하다고 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 누가 판단을 끝낼 권한을 가지는지, 어떤 경우에 판단을 다시 열어야 하는지까지 설계해야 합니다.

결정은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행위입니다. 판단은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무엇을 충분하다고 인정하고 행동으로 넘어갈지를 정하는 행위입니다.

AI가 결과를 더 빠르게 만들수록 조직의 판단도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판단 기준과 권한이 불분명하면 오히려 검토해야 할 결과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AI가 생성의 병목을 없앤 뒤에는 판단의 병목이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리더는 AI 사용이 아니라 재설계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직원이 AI를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조직의 준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한 교육 부족을 뜻하지 않습니다. 리더가 새로운 업무 구조를 아직 설계하지 못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라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AI가 어디에서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정하고, 어떤 업무 흐름을 먼저 바꿀지 선택하며, 역할과 책임을 재배치해야 합니다. AI로 절약한 시간과 역량을 어떤 더 높은 가치의 일로 옮길지도 정해야 합니다.

모든 직원이 AI를 매일 사용하더라도 조직의 의사결정과 협업 방식,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흐름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전환이라기보다 활용 기반 구축에 머문 상태에 가깝습니다. 기존 업무 흐름의 일부를 AI로 개선하고 자동화했다면 자동화 단계로 나아간 것입니다. 그러나 AI를 중심으로 일과 역할, 업무 흐름, 운영모델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비로소 전면 재설계(Reinvention) 단계에 도달합니다.

이 단계에 도달했다고 답한 리더가 11%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보다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일이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AI 전환의 질문은 사용률에서 일의 구조로 이동해야 합니다

기업은 AI 전환의 진척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률을 봅니다. 몇 명이 계정을 활성화했는지, 얼마나 자주 접속하는지, 어떤 부서가 많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는지 확인합니다.

이 숫자들은 출발점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알려 주지는 못합니다.

조직이 다시 물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AI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까?
가 아니라, AI가 들어온 뒤 어떤 Work가 달라졌습니까?

몇 시간을 절약했습니까?
가 아니라, 절약된 시간은 어떤 가치 있는 일로 이동했습니까?

어떤 Task를 자동화했습니까?
가 아니라, 전체 업무 흐름에서 불필요한 Task를 없앴습니까?

직원이 AI를 잘 사용합니까?
가 아니라, 사람과 AI 사이의 판단과 책임은 분명합니까?

AI 교육을 얼마나 했습니까?
가 아니라, 새로운 역할에서 필요한 Capability와 경험을 어떻게 만들고 있습니까?

직원의 70%가 준비됐지만 조직의 준비도를 인정한 리더가 27%에 그쳤다는 숫자는 직원의 의지 부족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조직이 직원보다 늦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사람들은 이미 AI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사람의 태도만이 아닙니다. 업무 흐름, 역할, 권한, 책임, 성과 기준, 학습 방식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AI를 얼마나 쓰는지가 성과를 가르는 것이 아닙니다.

AI의 사용에 맞춰 조직이 일을 얼마나 다시 설계했는지가 성과를 가릅니다.

두 권의 책이 만나는 지점

AI를 도입한 뒤 일을 다시 설계하려면 두 가지 문제가 함께 풀려야 합니다. 하나는 사람과 AI가 어떤 일을 나누어 맡을지 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누가 판단하고 책임질지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일은 누가 하는가』는 AI 시대에 조직이 Work와 Task를 다시 나누고, 사람·외부 전문가·AI를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왜 조직은 판단을 끝내지 못하는가』는 그렇게 재설계된 일 안에서 판단 기준과 권한, 책임을 어떻게 분명히 해야 실행이 끝나는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두 책의 질문은 결국 한곳에서 만납니다.

사람과 AI의 일을 다시 나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일 안에서 누가 판단하고, 어디에서 판단을 끝내며, 누가 결과에 책임질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AI 성과는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일을 다시 나누고 판단과 책임의 위치까지 함께 바꿀 때 비로소 조직의 성과로 전환됩니다.

참고자료

McKinsey & Company, “From Adoption to Impact: Three Horizons of AI Transformation,” 2026년 7월 8일 원문 보기